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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대일의 국민응원
축구(월드컵,아시안컵 등)/2002한일월드컵 서울광장 거리응원

[2탄]윤대일이 말하는 2002한일월드컵 생생한 거리응원 [미국전]

by 대한민국 응원단장 2008. 12. 10.

2002년6월10일 한국 대구 월드컵 경기장에서 펼쳐진 한국팀의 두번째 경기였다.  
    한국(1승1무) 1(0-1)1 미국(1승1무) ; 11.클린트 매시스(미국)전반 24분; 19.안정환(한국) 후반 33분

엄청난 환희의 시간도 잠시잠깐, 이제 미국을 상대로 16강이라는 희망과 목표를 새로 다짐하고 미국을 재물로 우리는 1승을 더추가하리라 생각하며, 미국전을 준비했다. 광화문을 시작으로 한 거리응원은 세종문화회관계단광장에서 세종문화회관 정문앞 노변, 거기에서 대학로로, 이제 더이상 몰려드는 인파에 거리는 마비가 되었고 모두가 운행을 중단하고 경기를 관전하며 응원할수밖에 없는 국민적 분위기가 형성 되어갔다. 이제 그역사적 주요대회가 시작된다. 그것이 한국대 미국의 경기로 한국팀의 두번째경기였다. 이번경기부터 거리응원이 역사적 산실인 서울시청을 무대로 펼쳐지게 되었다.
이른 시간부터 일찌감치 서울시청광장 주변은 길이 막혔다. 그리고 줄을 서기 위해 모여든 젊은이들이 8시간전부
터 김밥한줄 먹으면서 서서기다린다. 번갈아 화장실을 가며, 기다리는 동안 전장에 나가는 무사처럼 필승을 다지는 얼굴그림을 그려넣고, 옷을 가위나 칼로 잘라서 리펌하며, 각종 응원도구를 만들기 시작한다. 비가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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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이런 붉은응원의 물결은 줄을 이어섰다.
자칫 생겨날수있는 사고에 대비에 행사준비 스텝과 관계자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4시간전부터 사람들이 무대앞쪽에 자리를 잡고 비가 오락가락하지만 3000원짜리 우비를 사서 입고 만반에 준비를 하고 앉아있다. 16강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실제 현실로 다가올꺼 같았다.
경기시간이 가까이 오면서 사전 응원전을 위해 구호와 응원가와 안무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교육시키기위해
계속 응원을 가르쳐주며 응원곡에 맞춰 대한민국을 연호 했다.
여기서 하나를 소개한다. 대한민국 박수구호이다. '먼저 박수다섯번이다.'  짝짝짜 짝짜, 그다음 두팔을 쭉펴고 '대~한민국'이라 연호한다. 팔을 쭉펼때 45도 방향으로 하늘을 향해 넓게 벌린다. 이때 손가락은 자기의 개성을 담아 펼치는데 기본은 손가락을 붙이고 손바닥또한 45도를 유지해 하늘을 보게 한다.
이런 응원동작을 일일이 설명하며 동작을 반복하고 쉬게 귀에 익도록 쉼없이 반복했다.
과연 비가 많이 내려서 모인응원단들이 우왕좌왕 할경우 자칫 돌이킬수없는 사고로 연결될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날을 기억하는 서울시 경찰 과 소방대, 주요공무원들은 마음을 쓸어내리며 이상황을 보았던걸 기억한다.
비가 오락가락 하기때문에 미쳐우비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이 우산을 펼쳐 들었다.
우산을 들면 뒷사람은 전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우산을 전체인원에 3분의 일이상이 쓰고 있다면 거리응원전 자체가 불가능해 질수있고 우산살에 다치는 여러사고로 이어질수도 있었다.
답답했다. 하지만 비가 적게 오길 바라며 '대한민국'을 연호하고 응원가를 부르며 함성을 외치는 것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마침내 경기가 시작되었다.  대한민국은 경기초반부터 강하고 빠르게 미국을 밀어붙었지만 정작 선취골은 미국이 따냈다.전반 24분 존 오브라이언이 살짝 올려준 공을 클린트 매시스가 대한민국 이을용이 오프사이드 미스를 범한 틈을 타 오른발로 트레핑후 그대로 왼발슛으로 선취골을 따낸다. 분위기가 이상해 졌다. 실의에 빠진 한국응원단의 모습은 모두 넋을 잃고 물거품이 되버릴거 같은 16강의 문턱을 아쉬운 한숨으로 경기를 보고있다.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다시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우산을 들어올리기 시작한다.
삼분의 일이상 우산을 들어 버려서 여기저기서 우산 치우라는 신경질 적인 말과 웅성웅성하는 분위기로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비상의 상황이 되어간다. 무대위로 올라갔다.
 
" 여러분 저는 윤대일입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 이곳에서 목이 터져라 함성을 외쳤던 응원단장입니다. 나는 우리 한국선수들이 반드시 미국을 꺽고 또한번의 기적을 우리에게 줄것으로 믿습니다. 우리의 믿음은 승리의 불새가 되어 12번째 태극전사로 경기장의 선수들에게 힘을 북돋울것입니다. 이런 믿음이 저만 그렇다면 힘이 약할것입니다. 여기있는 모든 분들도 그런 희망과 염원을 가졌으리라 생각합니다. 비록 비가내리는 나쁜 조건이고 경기장 앞에서 선수들을 보면서 응원하지 못하지만, 우리의 기운은 반드시 선수들에게 전달될것이 언론을 통해 세계에 메아리 칠것입니다. 이제 다시 태극전사들을 믿어줍시다. 그리고 이비가 가뭄을 해소하는 생명의 단비가 되어 우리안에 흘러 넘치는 생명이 되도록 우리모두 우산을 접어 내리고 다시한번 승리를 위해 외칩시다. 나의 마음도 여러분의 그것과 같습니다. 좌절은 있을 수 있지만 포기는 있을 수 없습니다. 다시모두 일어서 대한민국을 응원합시다.
대한민국은 반드시 미국을 재물로 16강의 고지를 향해 승리할거라 믿으면 뜨거운 함성~~~~~"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어떻게 준비되지 않은 말이지만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이런말을 할수있었나 싶다.
이말이 사람들에게 어떤 파장을 줄지 스텝들과 지켜보는 서울시관계자들까지 아무도 알수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일인가?  사람들이 우산을 내렸다. 앞부터 좌우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저 너머 뒷편까지 모두가 서로 서로 우산을 내릴것을 독려하며 우산을 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비를 얼굴에 맞으면서 모두가 일어선다.
그리고 응원시작한다. 함성으로 시작한 소리는 '구호가 되고 응원가를 연호하며 누구도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계속 응원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내가 느낀 월드컵의 감동중 중요한 감동이다.

대한민국은 전반 40분 황선홍이 천금같은 페널트킥을 만들어냈지만 이 역시 이을용이 실축하며 전반은 1:0 미국이 리드한체 마감된다.경기가 풀리지 않자 히딩크 감독은 안정환과 최용수를 후반 교체투입하며 공격진에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그리고 마침내 후반 33분 이을용이 골문쪽으로 살짝 올려준 공을 달려들던 안정환이 머리로 살짝 방향을 바꿔놓으면서 동점골을 성공시킨다. 경기내내 답답한 내용을 한번에 풀어준 시원시런 동점골이였다.안정환은 골을 넣은후 코너쪽으로 달려가 지난 2002솔트레이크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김동성선수가 안톤오노에게 빼앗긴 금메달에 대한 한을 스케이팅세레머니로 표현.한국민들의 마음까지 후련하게 해주었다.

모두가 일어섰다. 정말 동점골이 터졌다. 답답한 경기내용속에서 반신반의하면서 응원하던 사람까지 모두가 일어섰다. 왜이렇게 못해 라는 짜증어린 목소리에서 기쁨이 뭍어 난다. 그리고 믿음에 대한 보답이 주문처럼 확인된것이다. 승리의 주문은 이제 부터 더욱더 커졌다. 모두가 나의 말에 맹신하였다. 마치 사이비 교주라도 된 느낌이랄까, 천하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을 이루 말할수없었다. 50만명이상의 인파속에 1만의 장수를 가지고 전장에 서있는 총사령관이었었다면, 이제는 50만중 40만 이상이 장수로 변해있었다. 외치는 모든것이 열광하며 하나된 응원을 할수있었다. 지금도 비오는 미국전을 생각하면 기적과 같은 일이다.

전반 페널트킥 실축으로 맘고생했던 이을용은 후반44분에도 최용수에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해줬지만 최용수는 어이없게 공을 허공으로 날리고 말았다.결국 1:1 무승부.  이렇다할 큰 이슈없이 나머지 경기시간이 지났고 우리의 응원은 실망의 분위기로 치달았다. 다시 무대에 올랐다.

"여러분 승리를 위해 하나된 여러분의 모습 세계가 보았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은 이후 언론을 통해서 우리의 모습을 볼것입니다. 비록 미국을 상대로 승리하지 못했지만 우리에겐 기회가 있습니다. 우리가 패배할것이라 미리 인정하고 포기한다면, 우리에겐 미래가 없습니다. 남은 경기에서 우리선수들의 승전보는 반드시 우리를 16강으로 올려놓을것입니다. 우리모두가 12번째 태극전사가 되어 우리선수들을 수호하고 믿어줍시다. 다음경기에 이곳 서울시청광장에서 여러분과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응원의 힘을 다시한번 선수들과 세계인들을 깜짝놀라게 해줍시다.  돌아가는 길에 우리가 세계의 문화시민으로서 우리가 가지고 온 쓰레기는 우리가 챙겨갑시다. 이쓰레기는 여러분의 부모님같은 분들이 밤새도록 치우도록 두지 마시고 그분들을 돕는 마음으로라도 쓰레기를 챙겨가주시기 바랍니다. 전부 모아서 한군데 잘 놓아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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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사람들은 일어섰다. 아쉽지만 곳곳에서 한국이 16강문턱에 가까이 다가간것에 대해 기쁨과 환희로 메아리 치고 있었다. 돌아가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모으기시작한다. 그리고 내말을 주문처럼 그들을 움직였다. 쓰레기를 모아주기 시작했다. 감사했으며, 경기의 감동보다 사람들의 참여와 열망에 나는 다시 감동할수밖에 없었다.

경기내용면에서도 모든면에서 대한민국이 압도한 경기였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던 아쉬운 한판승부였다.이로써 양팀은 나란히 승점 1점을 추가하며 승점 4점으로 조 1,2위를 유지했다.그러나 홈팀 대한민국은 마지막경기에서 강적 포르투갈을 만나야하는 적지않은 부담을 갖게된 반면 미국은 폴란드와의 일전을 남겨두고 있어 이날의 무승부는 다음경기에 흥미를 더했고 승리에 대한 열망은 하늘을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