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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대일의 국민응원
대한민국 응원

[지면토론회]경향신문 7월

by 대한민국 응원단장 2009. 4. 24.
포스트월드컵]“에너지 폭발 사회발전 동력으로”
온 국민이 하나되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냈다. 월드컵 기간동안 거리를 가득 메운 붉은 응원의 물결, 축구를 통해 하나된 국민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에 전세계가 경악할 정도였다. 우리 스스로도 폭발적인 에너지의 근원이 어디에서 나왔는지에 대해 스스로의 눈과 귀를 의심할 정도다. 경향신문은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월드컵으로 확인된 한민족의 저력을 어떻게 사회발전의 동력으로 활용할지 진단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는 지난달 28일 본사 회의실에서 열렸다.

▲고원정(사회)=우리축구가 명실상부하게 세계 4강에 올랐다. 우리 축구의 실제 위상과 향후 운영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4강에 걸맞는다고 보는가. 축구발전을 위해 국내 축구리그 및 대표팀이 어떻게 운영돼야 한다고 보나.

▲정윤수=이변이라기보다는 선수들의 노력에 공을 돌려야 한다. 히딩크의 업적도 있지만 국내 축구계가 고진감래(苦盡甘來) 끝에 거둔 성과다. 23명의 대표 중 16명이 K리그 소속이다. 이들은 악조건 속에서 한국축구의 소산인 승부근성을 키워냈다. 여기에 히딩크의 합리적 운영과 나름의 철학이 덧붙여졌다. 4강은 우리 축구의 잠재력에 히딩크의 과학적인 전술이 결합된 것이다. 우리는 냉정하게 4강에 갈 실력이다.

▲박창선=이제는 우리도 축구강국으로 세계축구계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고 불합리•불이익
받는 부분을 없애야 한다. 국내 프로리그의 활성화가 급선무다. 엘리트중심인 현 체계가 프로 활성화 및 외국과 같은 클럽시스템으로 운영돼야 할 것이다. 또 학원 축구가 활성화돼 프로축구를 뒷받침해야 한다. 현재의 열광적 분위기의 50% 정도만 유소년 축구에 쏟아부으면 꿈나무들은 대표선수가 되고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기는 방법만 가르치도록 지도자들에게 강요하는 학원스포츠 풍토도 개선돼야 할 것이다.

▲이윤재=국내 프로구단 운영문제를 짚겠다. 우리 프로는 프로가 아니다. 관중이 없는 축구경기는 프로가 아니다. 각 구단이 관중을 길에서 밀어넣더라도 관중있는 게임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프로구단이 잘 되려면 자체 유소년팀을 가져야 한다. 유럽은 유소년 1,000명 중 5~10명만 건지면 투자한 것을 다 건진다고 하지 않나.

▲고원정=우리 스포츠의 시장성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마인드를 바꾸고 확실한 투자를 하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축구는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하나, 아니면 청산해야 할 기업이라고 생각하나.

▲노기성=프로축구도 하나의 기업이다. 외국에서도 구단을 잘 키워서 다시 파는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우리경제가 과거에는 정부 주도로 성장했지만 요즘 기업들은 자생적으로 국민수요를 창출한다. 시장에서 축구라는 상품을 원하면 자생적으로 유명선수들을 모으고, 외국선수를 데려오면 된다. 물론 아직 초기단계니까 프로구단의 자생적 경영이 가능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말도 있지만 공급과 수요는 물고물리는 것이다. 정부와 축구협회에서 촉발시키는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고원정=길거리 응원문제를 짚어야겠다. 수백만의 붉은 물결이 허상인가, 실상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월드컵 때는 평소 축구에 무관심하던 여성들까지 ‘패닉’에 가까운 열광을 했다. 어떤 문화적 코드를 읽을 수 있을까.

▲윤대일=지난 5월부터 두산타워나 밀리오레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대~한민국’ 구호나 ‘오 필승 코리아’ 같은 노래로 로드 투어를 시작했다. 월드컵 전 잉글랜드와의 평가전 때 길거리응원이 폭발적이었다. 프랑스와의 평가전 때 5만명이 넘었고, 대학로•시청앞광장까지 거리응원전의 토대가 넓어졌다. 나중에 보니 붉은악마가 설 자리를 잃을 정도가 됐다. 이번엔 붉은악마였는데 ‘파란색 응원단’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 대항전 때 붉은 응원단과 파란 응원단이 함께 어울려 ‘태극 응원단’이란 이름으로 응원하는 것이다.

▲정윤수=그동안 거세됐던 게 2가지다. ‘광장성’과 ‘세계시민성’이다. 예전에는 정월대보름, 추석 때가 되면 뒷동산이나 거리, 광장같은 곳에서 서로 만나 어울리며 지냈다. 그러나
독재시대를 지나면서 광장은 최루탄을 맞아야만 하는 곳이 됐다. 서구에서는 유서깊은 광장에서 만나 연인끼리 연애하지만 우리는 시청앞 광장에서도, 광화문에서도 만날 수 없던 게 현실이었다. 개인이 소외되고 왜소화됐다. 그러던 중 이번 길거리응원을 통해 잃어버린 광장을 찾았다.

▲박창선=우리 팀이 제아무리 파워프로그램을 통해 체력을 키웠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투혼을 발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하나였다고 본다. 선수출신으로 느끼기엔 그건 바로 12번째 선수라는 응원의 힘, 전국민이 모아준 기(氣)의 힘이었다. 5천만의 하나된 마음이 선수들의 투혼을 일깨웠다.

▲고원정=히딩크는 국민적 영웅이 됐다. 히딩크가 기존의 지도자와는 어떤 점이 다르며, 우리 지도자들에게 어떤 교훈을 남겼다고 보나. 게다가 히딩크 리더십이 시중에 화제가 되고 있다. 경제에 접목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윤대일=히딩크의 쇼맨십은 통쾌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과거 월드컵에서 억눌렸던 국민정서를 풀어줬던 것 같다. 덩치 큰 유럽•서구선수들에게 당하기만 했던 우리 선수들이 히딩크의 지도하에 이들을 통쾌하게 부쉈다. 히딩크 동상까지 세운다고 한다. 히딩크는 우리나라에서 역사적 인물이 됐다.

▲정윤수=말잔치에 가까운 면이 있지만 어쨌든 ‘원칙으로 돌아가니까 되더라’는 히딩크식 경영론이 호소력을 갖게 됐다.
‘월드컵의 열기가 과연 축구 그 자체에 대한 매력과 열기였던가’ ‘축구의 내실화와 연관됐을 때 거품이 아닌가’ 등 분리해서 봐야 할 것은 봐야 한다.
히딩크는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답을 써냈다. 지역 연고주의•학연주의 등을 없앤 것이다. 이를 계기로 성적•승리에 연연하는 전근대적 사회문화에서 다양화되는 사회로 바꾸는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박창선=히딩크는 경험이 풍부하고 많은 일을 치른 검증받은 지도자다. 겸허하게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히딩크 감독의 절대적인 힘으로만 이렇게 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히딩크가 맡은 16개월 중 13개월은 엉망이었다. 우리나라 감독이라면 2~3번 목날라갔다. 축구협회는 우리나라 감독에게도 믿음을 가지고 지원해줘야 할 것이다. 외국 감독에게는 우호적이고 국내 감독은 무조건 ‘비토’ 하는 습관은 고쳐야 한다.

▲노기성=학연과 지연 등에 얽매이지 말고 실력에 따라 발탁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고 우수한 사람을 뽑자는 것이다. 경제학에도 그런 것들을 연구하고 있다. 또 이제는 세계화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 머물러서는 프로페셔널이 될 수 없다. 히딩크처럼 자신의 크레디트•브랜드를 가져야 한다. 히딩크로부터 조직•기업을 이끄는 데 배울 점은 있다. 월드컵을 계기로 국민수준이 한단계 높아졌을 것이다.

▲고원정=초현대식 운동장 10개를 지어놨다. 앞으로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박창선=광주운동장, 제주운동장, 대구운동장을 지었지만 이 지역 연고의 프로팀이 없다. 필수적으로 프로팀이 생겨야 한다.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축구의 저변문화가 깔려있는 도시다. 구체적인 방향은 조직위에서 구상하겠지만, 전용구장에 한해서 만큼은 국내 프로축구에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이윤재=월드컵을 앞두고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는 최후의 기회’라는 생각에 무리를 했다. 당시 일본도 종합운동장을 짓는데 왜 우리가 전용경기장을 짓느냐는 등 굉장한 비난이 있었지만 밀어붙였다. 앞으론 각 경기장에 다양한 스포츠시설과 물류센터, 문화시설을 둬 공간을 활용할 계획이다. 경기장을 잘 활용하는 문화가 형성되면 시민사회 또한 한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고원정=88올림픽이 장기적으로는 국가 이미지를 제고했는데 실패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88올림픽은 왜 실패했고 이번과는 어떻게 다를 것으로 보나.

▲이윤재=88올림픽 때처럼 쓰라린 경험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때는 한국이 ‘코리아’라는 브랜드를 전세계에 처음 알렸을 때다. 그 브랜드가치를 못살린 것은 경제•문화 분야에서 계속적인 교류를 이어가지 못했고 정치적 상황도 문제가 됐다. 하루 아침에 ‘우리가 언제 올림픽을 준비했었나’라는 분위기가 돼버린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바뀌었다. 우리가 유럽팀들을 연달아 이기는 등 승승장구하면서 우리 브랜드가치가 엄청나게 높아졌다. 경기장 건설 1조9천5백억원, 운영비 4천억원 등 3조원이 넘는 돈이 월드컵에 투입됐지만 그것 이상으로 경제적 효과를 볼 것이다.

▲정윤수=88올림픽 때와는 차이가 있다. 당시 우리 사회는 경직돼 있었다. ‘당신들의 올림픽’이란 책이 나올 정도로 올림픽에 대한 보이콧 분위기도 있었고, 국민적 컨센선스도 없었다. 정치 희석용이라는 내•외부의 비판과 ‘느닷없이 다가온 선물’이란 분석도 있었다. 또 당시에는 가서 올림픽을 구경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다르다. 자발적 즐거움으로 팽배해 있다. 외화창출 효과뿐 아니라 외국에 나가서 ‘너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봤냐’라고 물어볼 수 있었던 것도 큰 소득이다.
또 이번 기회에 우리가, 우리보다 못한 나라와 더불어 살아가는 나라라는 정신적 가치도 알려야 한다.

▲고원정=우리 민족이 한도 흥도 많지만 현대사에서 거리에 뛰어나오게 된 것은 거의 다 한 때문이었다. 이번 응원을 통해 고양된 범국민적 흥의 공감대는 두고두고 좋은 자산이 될 것이다. 젊은 세대들이 월드컵을 통해 거리응원을 경험하면서 국가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도 느꼈을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가 국가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되겠는가.

▲노기성=KDI에서 월드컵조직위로부터 요청을 받아 2차례 정도 연구를 수행했다. 지구촌에서 주시하기 때문에 어떠한 이벤트보다도 우리나라를 외국에 알릴 수 있는 컨트리 마케팅 효과가 클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는 4강 효과에 국민적 열기가 어우러져 생각했던 것을 뛰어넘는 효과를 가져왔다. 올림픽 때보다 엄청난 마케팅 효과가 있다. 우리 기업이 외국에 마케팅하러 갔을 때 과거엔 지정학적 위치 등을 설명해야 했지만 이제는 한국에서 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 것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신뢰도가 엄청나게 높아진 것이다.

▲고원정=월드컵 축구는 범국민적으로 좋은 경험이었다. 일과성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 자유롭고 평화스런 생활을 누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정리/특별취재팀>
-참석자-
◇사회=고원정(소설가)
◇대담 참석자=박창선(경희대 축구부 감독)
노기성(한국개발연구원 국제교류 협력센터 소장)
이윤재(월드컵조직위원회 운영국장)
정윤수(문화평론가)
윤대일(붉은악마 시청앞광장 응원 단장)